소스 짜는 밤 / skymed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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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짜는 밤 / skymedusa

헤더가 인클루드된 소스에는
에러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소스 위에 주석을 다 붙일 듯 합니다.

코드 속에 하나 둘 읽혀지는 함수를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요통이 오는 까닭이오,
어제 라면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코드의 에러가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선언과
별 하나에 널값과
별 하나에 할당과
별 하나에 사용과
별 하나에 에러와
별 하나에 디버그, 디버그,

어머님, 저는 에러 하나에 아름다운 욕 한 마디씩 갈겨봅니다.
회의때 기획안을 같이 냈던 동기들의 이름과,
갑, 을, 병 이런 고용주들의 이름과 대리, 팀장, 과장, 부장, 사장, 기획팀, 인사팀, 이런 원수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월급날이 아슬히 멀듯이,

회장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골프장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지겨워
이 많은 주석이 쓰인 코드 위에
욕 한마디를 써 보고,
Delete로 지워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일하는 개발자는
부끄러운 에러를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개발이 끝나고 나의 프로젝트에도 완성이 오면
마이너스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듯이
내 이름자 묻힌 CREDIT 화면에도
자랑처럼 칭찬이 무성할 게외다.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아침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우리도 도전해 보아요~ ㅋㅋㅋ
정말 재밌음.

Comments

4 responses to “소스 짜는 밤 / skymedusa”

  1. 이민 Avatar
    이민

    푸하하….
    ^^;;
    뭐 구태여 표현할 필요 없겠지,
    이 개작시의 작자의 마음을…
    ㅋㅋ

  2. 이민 Avatar
    이민

    크크..이건 어때.. 대충 개작해봄..
    밑에가 원본

    무 제

    이민-_-;;;

    나는 모른다.
    내가 짠 소스중 어디에 버그가 있는지
    libc가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gcc가 컴파일하고
    ld가 하나씩 링크하며
    나의 소스는 하나씩 벗겨져 나간다.

    나는 모른다.
    내가 짠 소스중 어디서 워닝이 나고있는지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쳐다봐도
    언제부터 그 워닝이 있었는지.

    다만, 나는 코딩하고 생각하며
    소스의 일부분이 되고 있을뿐
    나는 오로지 돌아가는 실행이미지를 원할뿐.
    프로젝트가 제대로 되길 바랄뿐.

    무 제

    김상원

    나는 모른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떤 길인지
    나무는 언제부터 저 곳에 있었는지
    바람이 불고
    묵은 잎사귀 하나씩 떨쳐내며
    나무들 맨 몸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모른다
    나무가 언제부터 맨 몸이었는지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언제부터 저 자리를 지켜왔는지.

    다만, 바람은 쉬지 않으며
    나무의 맨 몸은 뿌리가 되고
    나는 아무 것도 모른 채 걷고 있을 뿐.
    이 길의 줄기가 되고 있을 뿐.

  3. 민구 Avatar
    민구

    워낙 바뻐서 커멘트 등록이 늦었어. 미안. ^^; 아주 의미심장한 시를 고쳐주셨군.. ㅋㅋ 내 주변엔 예술가 기질(?)과 감수성이 많은 사람이 넘쳐나는거 같아. p.s. 너 홈피 안돼…. 심심하자나.

  4. nobody Avatar
    nobody

    음.. 근데 회사에서 몇 년 프로그램 짜다보니 느낀 것은..
    어리고 경험 없는 초짜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 짜는 것은 금방인데 디버그가 진짜 짜증나고 그때부터가 시작이죠” 라곤 하고.
    관록있고 통찰력 있는 존경스러운 프로그래머는 “처음에 어떻게 짤지를 설계하는 것에 가장 시간이 많이 들고 실제 프로그램을 입력하는 것은 타이핑 수준의 일이고, 버그 역시 설계를 잘 할수록 적게 발생하고, 좋은 설계에서는 디버그도 쉽다” 라곤 하더라.
    그리고 그 위의 정말정말 뛰어난 프로그래머는 다른 사람의 코드를 탓하는 법이 없더라. 왜냐면 어떻게 하면 가장 쉽게 다른 사람의 코드를 탄탄하게 바꿔놓을지까지 알게 되는 듯.
    단지 라이브러리를 사용할 줄 알고, 새로운 기술을 해봤고 하는 것보다는 flexible 하고 general 한 library 를 만들 수 있고 platform 을 설계할 수 있는 것이 보다 뛰어난 능력인 듯.
    뭐 어쨌거나 나는 디버그 이야기는 별로던데 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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