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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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이라는 말 참 눈에 거슬린다. 누리=세상, 꾼=어디에 모여든 사람이라는 뜻이라는데, 그러면 세상사람들 정도의 해석이 가능할까? 이해가 안가는건 인터넷은 인터넷이고, 컴퓨터는 컴퓨터인데 유독 네티즌이란 말로 잘 통용 되고 있던 이 단어만 수정을 당했다. (셈틀, 굳은모 모두 다 죽은 단어다.) 한편 네티즌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동자를 의미하는데, 누리꾼은 그러한 의미는 없다. 인터넷=세상이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번역한 듯.

이렇게 바꿔야하는 이유에 대해, ‘한글은 세계가 인정한 글자’라는 말도 안되는 (글자와 말은 다른 것이다) 주장도 있고, 우리말로 해도 되는데 왜 외국어를 써야하는가라는 주장도 있다. 두번째 주장이 그나마 설득력이 있지만, 난 우리말로 해도 된다고 해서 우리말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네티즌/누리꾼 같은 단어는 외국인들과 대화를 하기위해서는 ‘누리꾼’으로만 알고 큰 사람들에게 큰 장벽이 되버릴 수 있다. 굳이 뜻도 전혀 다른 표현을 써가면서 한국어로 바꿀 필요가 있을런지. 누리꾼이라는 것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는 단어라면, 그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통용되지 않는 단어를 새로 소개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말이다. 외국어의 유입을 막는 것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꼭 우리만 이렇게 외국어가 물밀듯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예를들면, NB(nota bene)도 영어로 된 발표자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단어이고, 우리가 흔히 오마쥬라고 하는 homage 역시 널리 쓰인다.

또 다른 사례로 Google Analytics 을 구글 아날리틱이라고 써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 역시 이해가 안간다. 쌍팔년도도 아니고, Analytics 이라고 그냥 쓰던가 (적어도 아날리틱이 구글의 공식 표현은 아닐테니), 로그 분석기라고 쓰던가 이도저도 안되겠으면 어낼러틱이라고 쓰던가 하면 되지 않을까.

제일 신경질이 나는 것은 몇개의 언론단체와 정부 기관이 이 경우처럼 뜻도 제대로 옮기지 못한 단어를 언중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요한다는 것이다.